조선여형사 다모(茶母) 읽을거리

조선여형사 다모(茶母) - 전5권 - 10점
방학기 지음/천년의시작


예전, 어릴적에 집 근처에 살던 외삼촌이 신문 배달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이 매일 배달되곤 했지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서울』에서 『바람의 파이터』라는 작품이 연재를 했습니다. 극진가라데를 창시한 배달 최영의 씨의 일대기를 극화한 것인데, 매우 거친 그림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내용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그 당시의 『스포츠서울』은 성인들이 보기에 알맞은 성적 유희로 가득 찬 신문이었기에(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 신문을 볼 때에는 항상 어른들 몰래, 조심스레 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방학기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연재했던 작품의 순서는 작 기억나지 않지만, 『바람의 아들』『다모』『피와 꽃』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요. 바람의 파이터를 너무나 즐겁게 본 덕에 그 사람의 작품이 계속해서 연재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고, 그래서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시라소니의 일대기를 그린 『바람의 아들』을 열심히 보았고, 그 뒤에 『다모』가 새로 연재하는 것을 보던 중, (갑자기 외삼촌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신문을 더이상 구독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다모』는 어떻게 내용이 진행될 것인가, 항상 궁금했습니다.

어느 날, 방학기 씨의 『다모』가 TV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는데, 그 당시는 막 제대하고 매일 저녁마다 술을 마시고 다니던 때라 드라마를 제때 보는 것이 불가능했지요. 드라마가 끝나고 반 년 가량이 지난 후에야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만화 『다모』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행복한책읽기 사이트에서 자주 뵙는 살리에르 님이 대구의 한 서점에서 『다모』한 질을 싸게 구입했다는 말씀을 듣고 부럽다고 했더니 그걸 구해주시더군요. 언젠가는 찾아봐야지 찾아야지 했던 책인데, 의외로 너무나도 쉽게 구하게 된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살리에르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숙식하는 입장이라 책을 볼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잠을 줄이고 줄여 책을 보았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인 건 아닌데, 워낙 재미있다 보니 책을 들면 꼭 한 권을 끝내야 잠을 잘 수 있었지요.

드라마 『조선여형사 다모』와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황보윤과 채옥의 로맨스도 없고, 장성백도 없습니다. 경천동지할 무공 또한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작가 특유의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랄까요. 아니, 기본적인 이야기 틀은 드라마와 비슷하군요. 으음, 그럼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아마도 사극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설프게 만든 사극과는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천민층이 사용하는 어휘나 그 걸죽한 재담들이 '느껴지는' 거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사도 군데군데 있긴 합니다만, 그동안 『장길산』이나 『임꺽정』 같은 역사소설을 가끔씩 본 덕에 다행히 대부분의 대사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도 책을 새로 내면서 어려운 어휘는 바꾼 거라는군요.

드라마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면 한편으로는 실망하시게 될 겁니다.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애정?) 대립' 같은 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편으로는 기뻐하기리라 믿습니다. 『다모』를 새로운 모습으로 읽을 수 있게 되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잠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다모』를 원작으로 한다는 이명세 감독의 새 영화 『형사』에서는 또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꾸려 가려나 봅니다(기사 보기). 과연 『다모』는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오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다보면, 『다모』의 전작이라는 『다모 남순이』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2005년 4월에 읽은 책은 이것 하나가 전부입니다. 생활에 여유가 좀더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러하지 못하군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열흘 정도만인 듯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해신』을 볼 기회는 조금씩 줄어들겠지만요.)
뭐, 사실, 시간을 낸다고 해서 시간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책을 읽을 시간만큼은 만들어 보아야지요. 욕심을 조금 더 낸다면, 그 감상을 정리할 시간까지도요. (사실 『다모』에 대한 위의 글은 제가 보아도 감상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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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bbath 2005/05/10 00:24 # 답글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조선 여형사"라는 소재 정도를 제외하면 원작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라고 감독이 직접 밝혔답니다 :-)
  • toonism 2005/05/11 19:27 # 답글

    sabbath//
    예, 저도 그 기사를 읽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 소재를 이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기대가 된다는 거죠. 후훗.
  • 실비 2005/05/12 21:47 # 답글

    에?형사란게 그런소재를 사용하는 거였어요;; 난 또 현대경찰극인줄 알았는데;; 기회가 되면 만화 다모도 한번 보고 싶어요.
  • toonism 2005/05/15 22:31 # 답글

    실비//
    다음에 또 한 질을 구할 기회가 있으면 사두었다가 선물해드릴게요. 호주까지 보내기는 어렵고, 다음에 서울 놀러오실 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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