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굉장히 늦은 시각이었고 외진 곳에 있는 극장이라 찾아가기도 불편했지만, 그런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씻어낼 정도로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드림시네마의 조악한 시설에 의한 불편까지는 씻어내지 못했지만요.)왕을 희롱하는 내용으로 판을 벌인 광대들이 궁중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이야 예고편에서 죽어라 보아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영화 제목이 『왕의 남자』라는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하지요. 왕의 남자. 포스터에 보이는 예쁘장한 배우. 뭔가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것은 바로 □□물인 것입니다!
내용은 절대 미리 알고 싶지 않다는 분들을 위해 흰 색 글씨로 씁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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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부터 뭔가 분위기를 풍깁니다. 어느 양반집 마당, 장생(감우성)은 남자 배역으로 공길(이준기)은 여자 배역으로 탈을 쓰고 공연을 하지요. 공길의 요염한 얼굴을 보던 양반님께서는 놀이패의 꼭두쇠(대장)를 잠시 부릅니다. 예, 그렇습니다. 너무나도 예쁘장하게 생긴 공길은 남창(男唱)으로서의 역할까지 해야 했던 겁니다.
공길과 친구인 장생은 도저히 이 꼴을 보지 못합니다. (아마 한두 번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결국 꼭두쇠를 찌르고 도망을 가지요. 둘은 가장 큰 판을 벌여 보겠다며 한양으로 상경합니다. 그 곳에서 육갑(박지성유해진), 칠득, 팔복 세 명의 광대를 만나 왕을 희롱하는 공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연산(정진영)은 장녹수(강성연)의 치마폭에 휩싸여 놀아난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때였고, 공연은 대 성공을 하게 되지요.
왕을 가까이서 모시던 내시 한 명이 이 경망스런 공연을 보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여차저차해서 (예고편에 수도 없이 나오는 장면) 이들 일행이 궁중 광대로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
장생과 공길의 관계, 연산과 공길의 관계는 직접적인 서술은 전혀 없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동성애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그러다 보니 연산이 공길에게 집착하는 것을 보고 장녹수는 화를 내고 장생은 '비역질을 한다'라며 놀리지요.
계속: 시대극을 보다 보면,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연산군에 관한 간단한 역사적 설명은 여기: http://boinp.netian.com/10_01.html 이 시기의 역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영화 보기 전에 이 링크의 첫 단원을 보고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왕을 희롱하고 신하들을 희롱한 후에, 광대들은 연산의 어머니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는 장면을 공연하기에 이릅니다.
이 부분에서 극도로 감정이입을 한 연산은 폐비 윤씨의 분장을 한 공길에게 뛰어가며 '어머니!'라고 부르짖지요. 그런데 극장 한 구석에서 갑자기 '와하하하' 하는 웃음이 튀어나온 겁니다. 그 장면이 설득력이 부족해서 웃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고, 아마도 이런 전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즉, 그 사약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서) 웃기는 장면으로 착각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영화 보는 내내 옆 사람에게 (역사적) 상황을 물어보더군요.
영화의 말미는 생각보다 훨씬 슬픕니다. 영화 시작부터 중반이 지날 때까지 계속해서 떠들던 오른쪽 두 여자분은, 영화 끝나기 20분 전부터 계속해서 훌쩍이면서 울더라구요. 그 때쯤에는 여기저기에서 손수건 꺼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감정이 메마른 저 같은 놈이나 무심하게 영화를 보았지요.
예상했던 대로, 영화는 연산의 끝과 함께 끝이 납니다. 연산의 끝은 예상했지만 광대들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했는데, 신파에 치우치거나 억지·과장이 없이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끝을 맺더군요.
며칠 전에 영화 『킹콩』을 보고 나서, 한동안은 영화를 봐도 재미가 없겠구나 했습니다. 내가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킹콩』에서 다 맛보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예상이 완전히 어긋나서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정말 좋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덧. 공길 역의 이준기, 얼굴도 고운 것이 동작 하나하나까지 여성스럽습니다. 공길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사방에서 여자의 한숨소리가 나오더군요.
저 얼굴이 남자의 얼굴입니까. 이 배우는 다음 배역을 찾는 게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가]덧2. 이 영화는 '광대'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우리의 토속적인 공연 문화를 보여주는데, 나름대로 풍물꾼 8년차 광대질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즐겁더군요. 눈과 귀가 즐거워서,
'얼씨고나!' 하고 추임새라도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감우성 씨나 이준기 씨나, 그 공연 장면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감우성 씨의 꽹과리 치는 모습은 초보의 모습이 아니더군요. 줄타는 장면이야 와이어를 썼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둘이 주고받는 재담도 보통이 아니던걸요.)감독 : 이준익
배우 :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유해진
장르 : 드라마, 시대극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19분
제작년도 : 2005년
개봉일 : 2005년 12월 29일
국가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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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왕의 남자.. 알고 보자!!
영화 | 왕의 남자 toonism님 얼음집에서 트랙백 합니다.. "왕의 남자"를 보기 전에 필요한 사전지식도 링크해주시고.. 좀 자세한(?) 스토리도 적어주셨네요..^^ 스포일링의 위험도 약간은 있지만 뭐..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짜피 반전영화는 아니니깐요;;;; 연산군에 관한 정보를 링크시켜주셨는데 ......more
제목 : 왕의 남자 - '그때 그사람들'의 조선 버전
남사당 패의 장생(감우성 분)은 여자 역할을 주로 맡는 공길(이준기 분)을 이용하려는 패거리에서 도망쳐 한양으로 향합니다. 돈이 궁해 육갑(유해진 분) 일당과 합류한 장생과 공길은 왕을 풍자하는 마당놀이를 벌이다 내관 처선(장항선 분)의 눈에 들어 궁에 들어가 연산군(정진영 분)과 장녹수(강성연 분) 앞에서 공연하게 됩니다. 자자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왕의 남자’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입소문이 결코 헛되지 않......more
제목 : 왕의 남자- 2006.1.5.CGV불광
<왕의 남자>는 개인적으로 참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우리 영화다. 포스터에서 받은 범상치 않은 느낌(혹자는 낚시질이라고 표현하기도)도 그렇고, 예고편에서 느낀 남다른 힘도 그렇고, 무언가 주저주저하게 되면서도 결국 다소 즉흥적으로 극장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뭐라고 표현을 하면 왠지 퇴색이 될 것 같아서 딱히 말하기가 힘들다. 대박이라고 해야 하나 물건이라고 해야 하나. 롤러코스터 영화 외에 상영시간 내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more
저도 오늘 거기에서 봤는데..^^
너무 잘 쓰셔서 트랙백 해갈께요^^;;
그리고 이준기씨는 현재 sbs 마이걸에 출연중이죠^^
마이걸에서의 배역은.. 대표적인 오렌지족-_-;;
집에 돈이 많아서 빈둥빈둥 놀면서 여자나 꼬시는 역이더군요(........)
턱을 볼 틈이 없었습니다. 그 요염한 눈매라니요. 장녹수가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녹수보다는 공길이 몇 배는 더 예쁘고 섹시(;;)했습니다.
네오/
아니요, 저는 서대문 드림시네마 시사회로 보았습니다. 필름포럼은 드림시네마에 비하면 천국 같은 곳이지요. 드림시네마가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했다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DivX 보는 것보다 더 작은 화면으로 보았다니까요; 게다가 사람 지나갈 수도 없을 만큼 좁은 의자에;; 정말 '옛날 극장'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극장입니다.
그나저나, 글을 잘 쓰긴요; 민망합니다. 드라마는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딱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저도 보고싶네요.. 엄마한테 보러가자고 할까..;ㅁ;
이번에는 볼 수 있을라나 몰라요..
얼굴 예쁘장한 배우들이 연기력 딸리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이 배우도 연기 못 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좋아요. 앞으로 기대할까 봐요.
메신저는;; 들어가야죠. (그간 왜 안 들어갔지?)
_권_/
가능하면 보시기를 기원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날 누군가의 손을 꼭 붙잡고 가시기를 특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