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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검_ 七劍 : 진보한 볼거리, 퇴보한 이야기

사실 이 영화 『칠검』을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서극의 영화를 보고 만족한 건 『서극의 칼 _刀』이었고, 그건 무려 10년이나 된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몇 년 전에 무지하게 화려하다고 홍보했던 『촉산전_ 蜀山傳』은 말 그대로 화려하기만 했어요. 화려하다는 것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와 항상 같은 의미가 되는 건 아니지요. 내용도 뭔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영상이 눈알 빠지도록 멋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컴퓨터그래픽을 죽어라 써대서 뭔가 화려해 보이는 영상일 뿐. 하긴, 이 영화 덕에 20여 년 전의 『촉산_ 蜀山』이 보고 싶어지긴 했지요.

『촉산전』을 본 건 군대에 있을 때입니다. 토요일 오후에 일이 있어서 간부와 함께 부대 근처로 공용외출을 나갔는데, 마침 일직사관이 주말 비디오나 보자고 비디오 테잎을 빌려오라고 했거든요. 빨간 비디오를 빌릴까 화끈한 액션을 빌릴까 하다가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와서 빌렸는데, 돌아와서 비디오 시청이 끝난 후에, 중대 고참 전체에게 온갖 구박을 받았습니다.

『서극의 칼』은 그 당시 제게는 굉장한 (말 그대로) 리얼 액션!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액션 장면은 와이어 액션이나 과장된 경공/장풍 이야기가 아닌 '진짜' 칼싸움이었어요. 칼이 부딛치고, 팔다리가 (폭발하는 게 아니라) 잘려나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재밌었는지 모릅니다. 어떤 이야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복수극이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런 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어요. 제게 있어서 그 영화는 액션을 위해 이야기를 과감히 버려도 되는 영화였어요. 마치 재작년 『옹박』이 그랬듯.


이 영화 『칠검』도 과장된 무협보다는 진짜 같은 칼싸움이 나옵니다. 물론 그 '진짜 같은'이라는 것도 '과장된 무협'에 대응한 이야기지, 실제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칼로 바닥을 잘라 아래층으로 떨어진다든지 하는) 액션들이지만요. 뭐, 제 입장에서는 『옹박』의 액션이나 『칠검』의 액션이나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액션입니다만.

아무튼 이 영화에서 액션장면만큼은 정말 화려합니다. 『서극의 칼』에서 보았던 '리얼 액션'이 기초가 되어, 독특한 일곱 개의 검을 갖고 보여주는 그 화려한 장면이라니요. 다른 무협 영화라면 그 일곱 개의 칼이 굉장히 허황된 무기로 보일 텐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허황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서극은 액션 장면을 정말 멋있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서극은 딱 거기까지인가 봅니다. 서극의 영화를 몇 편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이야기 함부로 하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야기를 해서 풀어나가는 능력은 아무래도 없어 보입니다. 두 시간 동안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와 풀어나갈 수 없는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편을 두 시간으로 줄이다 보니 그랬다는 건 변명일 뿐입니다. 『동방불패』나 『백발마녀전』 같은 영화가 장편소설을 얼마나 훌륭하게 두 시간 짜리 영화로 재구성해냈는지를 기억해 보세요.

볼거리는 정말 화려합니다. 그 액션은 정말 좋아요. 하지만 서극은 너무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이 기사 서극 39부작 무협시리즈 '칠검' 세계 첫 공개 에서 보듯, 서극은 『칠검하천산』의 세계에 푹 빠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걸 두 시간에 풀어낼 능력이 없으니 문제입니다. 풀어낼 능력이 없으면서도 억지로 이야기에 비중을 많이 두다 보니, 그 멋진 액션이 보이질 않습니다.

두 시간 안에 『칠검하천산』의 세계를 보여주려면 두 시간에 맞게 보여줘야 할 겁니다. 그래야 이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새 독자들이 들어올 거 아닙니까. 이 세계는 충분한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일곱 명의 검객과 일곱 개의 검에 대한 이야기만 잘 풀어내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원작이 보고 싶네요. (양우생의 원작소설 『칠검하천산』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는군요. 이번 영화가 성공했으면 소설이 번역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쉽습니다.)

칠검 개별 포스터 보기




감독 : 서극
배우 : 여명, 견자단, 양채니, 김소연, 유가량
장르 : 액션, 무협, 시대극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18분
제작년도 : 2005년
개봉일 : 2005년 09월 29일
국가 : 중국

by toonism | 2006/01/07 17:19 | 볼거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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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innie at 2006/01/08 19:58
중국 영화의 칼싸움은 창, 칼이 하늘하늘 휘어지는 게 아주 짜증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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