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는 정말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컬렉션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기겁했다. 맨 처음에 훑어 보았을 때만 해도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독특해, 라는 생각이 더 컸지만, 잠시, 아주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이야기의 상황이 너무나도 무섭고 오싹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음, 기괴한걸' 하고 생각한 후에 다음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갑자기 이전 에피소드의 내용과 그 상황, 그 뒷이야기들이 상상이 되면서, 온갖 끔찍하고 오싹한 망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공포영화를 본 날 잠을 잘 잤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를 보고 나서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가장 끔찍했던 것은 공포만화 컬렉션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단편 연작 「토미에」였다. 어떻게 토막을 내도 죽지 않고, 어디에서든 기생해서 살아나는 그 괴생명체 미소녀 토미에.
이토 준지의 작품이 다른 작가들의 공포물과는 그 차원을 달리 하는 이유는 그 다양한 소재와 끝없는 상상력 덕일 것이다. 귀신이 나오고 흡혈귀가 나오는 그런 정형화된 공포물이 아니다. 정말 어떻게 이런 소재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싶은, 그런 이야기들이다. 단 한 편도 구성이 부족하거나 소재가 뻔한 이야기가 없다.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는 내 짧은 말주변으로는 백 번 설명을 하는 것도 부족하다. 직접 보는 수밖에는 없다. 하긴, 처음에 이 작가가 한국에 소개되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유명한 작가이니, 한두 번쯤은 접해본 분들이 많겠지만.
『공포의 물고기』는 이토 준지의 이름 하나만 보고 읽게 된 작품이다. 제목에 '공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보통 별볼일없는 작품이 되곤 했지만, 이토 준지의 작품이니까, 하는 믿음으로 보게 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까지만 해도 이토 준지의 힘이 느껴진다. 그만의 공포, 그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치 거미처럼 발이 달린 물고기 한 마리가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기며 육지로 올라온다. 냄새에 민감한 주인공의 여자친구는 썩은 냄새가 난다며 진저리치다가 이 물고기를 발견한다. 발이 달린 물고기는 그 한 마리가 다가 아니어서, 계속해서 한 마리 두 마리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다. 수백, 수천의 물고기가 뭍에 올라올 때쯤 거대한 상어도 거대한 발을 달고 육지로 올라온다. 물고기들은 다같이 끔찍한 썩은 냄새를 풍기며, 날카로운 발을 꿈틀거리며 사람들에게 접근한다.여기까지는 정말 좋다. 세상에 없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기괴함을 가지고, 그 분위기와 상황을 극도로 이끌어올리는 이야기는 정말 좋다. 하지만 이후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이전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이 기괴함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토 준지의 공포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공포스럽다. 그 시작도 끝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공포스럽다. 이렇게 하나씩 설명해주면 그 공포는 반감된다. 일본군이 개발한 독가스 이야기나 외계 생물체 유입 따위의 '클리셰'는 이 공포를 깨끗이 지워버린다.
손을 대는 순간 공포에 빠지게 만드는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어설픈 홀로코스트 같은 느낌으로 어정쩡하게 끝나버린다. 공포 따위는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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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스럽다고 느낄 정도면, 그 공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거나 초월했다는 거군요. …한편으로는 부럽네요. 저도 이토 준지의 작품은 집에 두기가 무서워요. 정말 뭔가 이상한 게 붙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