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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① ② ③
2006년 01월 12일
새 드라마 『궁』 감상.
원작과 거의 흡사한 내용 전개. 물론 가상의 배경과 등장인물을 설명하다 보면 원작과 흡사할 수밖에 없다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예를 들면 채경이 신이의 신발에 뭔가를 쏟은 후에 신이가 짜증내면서 가버리자 혼자서 상상하는 내용. 신이에게 크게 소리치고 신발을 던지자 신이가 '내게 이렇게 함부로 대든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네가 마음에 드는걸' 따위의 감히 따라하기 어려울 말을 하는 상상. 이런 부분의 내용 전개와 연출까지 똑같이 할 필요는 없잖아.
여자는 시집 잘 가면 되는 거야, 라는 뉘앙스의 대사. 채경에게 엄마가 '넌 팔려가는 게 아니야'라며 채경을 설득하다가 나온 말인데, 굉장히 거북스럽다. 나처럼 힘겹게 살지 말고, 좋은 집에 시집 잘 가서 살아라, 여자는 그렇게 사는 게 제일이야. 이게 2006년도의 드라마에 나올 수 있는 멘트인가?
그나마 다른 부분을 하나 꼽으라면, 채경의 집 상황이다. 원작에서는 살아 있는 채경의 할아버지는 드라마에서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고, 부자는 아니지만 적당히 살고 있던 원작 속의 가정 상황과는 달리 드라마에서의 가정 상황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안 재산을 모두 차압당할 위기. 고교생임에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채경이 결혼을 결심하는 장면을 좀더 그럴듯하게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이미 이 드라마는 비현실(기본 설정을 말하는 게 아님)과 과장으로 똘똘 뭉쳐 있다구요.
원작의 주 독자층이 어느 세대였는지, 드라마에서 생각하는 주 독자층이 어느 세대인지 굉장히 궁금하다. 아마도 10대 중후반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
화면 여기저기에 만화적 기법을 이용한 낙서를 한다든지, 십 분 정도마다 한 번씩 (일본 애니에 주로 나오는) 아이캐치가 들어간다든지 하는 걸 보면, 가볍게 만들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화면 때깔이나 연출 같은 것도 어설퍼 보일 정도로 가볍기 짝이 없다. 의도한 거라면야 문제 없겠지만 20대 후반이 보기엔 상당히 껄끄럽다. (늙었으면 보지 말라는 소리인가?)
마찬가지 이유로, 채경의 시끄러운 두 친구가 굉장히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의 진행을 방해하고 쓸데없는 장면으로 시간을 늘릴 뿐이라고 판단. 다만 또 다른 안경 쓴 친구는 예쁘장해서 좋다.
원작의 채경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지만, 윤은혜가 연기하는 채경도 나쁘지 않다. 나쁘긴 커녕, 귀엽고 좋기만 하다. 효린도 예뻐서 좋다. 신이는 사납기만 하지 귀족적인 분위기가 없다. (요즘 어린 배우들 보면, 사나운 연기는 다들 잘 하더라.) 게다가 발성도 안 되고 연기도 윤은혜만 못하다. 율이는 마지막 약간과 예고편에서밖에 안 나왔지만 신이보다 더 귀족스러워 보인다. 연기는 아직 몇 장면 안 나와서 모르겠다.
원작의 발랄한 느낌이나 그 설정이 좋아서 보는 것이니만큼, 앞으로도 일단은 계속 봐야겠다.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실 '멋진 작품' '좋은 작품'이 될 거라는 기대는 절대 안 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쓰잘데기 없는 공상'으로 치부해버리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이런 이야기가 드라마로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워서, 어디까지 이 이야기가 발전할지가 궁금할 뿐이다. KBS의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왠지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을 이상한 로맨스로 바꾸어버릴 것 같아 불안해서 못 보겠다.
# by toonism | 2006/01/12 02:06 | 볼거리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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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몰입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확실히 몰입은 안 되더군요.
roha/
중간중간에 억지로 '10대들의 언어'랍시고 뷁이니 므흣이니 대략 난감이니를 집어넣은 부분이 어찌나 어색하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