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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 : 숨막히지도, 매혹적이지도 않은.

게이샤의 추억 - 4점
아서 골든 지음, 임정희 옮김/현대문화센터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내용이 쉬워서 빨리 읽힌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내게는 그렇게 금방 읽히진 않았다.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 서양인이 어설프게 깨친 지식으로 일본 문화를 서술했다는 오해는 하지 말자, 저자는 나름대로 일본 관련 학문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을 보면서 일본에 대한 잘못된 서술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내가 일본에 대해 저 작가보다 많이 알 거라는 확신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동명의 영화가 조만간 개봉한다. 나는 이 예고편을 보면서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이건 뭐라 특정짓기 조금 애매하다. 숨막히도록 매혹적인 사랑이라는 홍보 문구를 보면 영화 홍보사에서는 로맨스로 규정한 모양인데, 영화는 어떨지 몰라도 소설은 로맨스라고 부르기 어렵다.


시골 어촌마을에서 가난하게 자라던 치요는 어떤 이유에 의해 도시의 게이샤 집으로 팔려간다. 이야기의 절반은 그곳에서 게이샤 사유리로 커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지치고 크게 낙담한 치요에게 한 남자가 도움의 손길을 보인다. 치요는 이 남자를 잊지 못하고, 게이샤가 된 후 우연히 이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일반적인 로맨스라면,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한 이 부분이 전체의 30% 가량이고 이후의 70%는 사유리와 그 남자의 엎치락뒤치락 사랑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 소설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게이샤들의 문화를 서술하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로맨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이 책 『게이샤의 추억』은 한 여인의 숨막히도록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를 쓴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에 있는 게이샤라는 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술집 작부가 아니라 사실 고도의 기예를 수련한 예술가야. 작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란 말이다. 그 이야기를 좀더 재미있게 풀어쓰기 위해 로맨스를 끼워맞춘 것이고.


로맨스 소설은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이건 로맨스야'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하고 나누는 건 조금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이 이야기를 보면서 숨막히도록 매혹적인 사랑은 못 느꼈다. 숨막히도록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다른 이야기를 볼 것을 추천한다.

by toonism | 2006/01/19 20:17 | 읽을거리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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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페로페로 at 2006/01/19 20:39
장사죠 장사. 저 책만 그런가요 뭐... 제가 아는 모 책의 표지 광고에는 "이시대의 지성 XX가 XX에 대해 말한다"라고 해 놓고는 정작 책의 내용은 XX의 에세이집 정도더군요.
Commented by 네오 at 2006/01/20 12:14
어설픈 카피 때문에 오히려 망한 것들이 많죠..
이쿼브리엄이던가.. 그 영화도 나름대로 꽤 재미있었는데
카피가 매트릭스는 잊으라는 둥.. 그런 카피여서
망했죠-_-;;
Commented by toonism at 2006/01/20 21:45
페로페로/
정말 그런 책들은 짜증나요. 그나마 띠지에 그런 게 써 있으면 벗겨버리면 되는데, 책 표지에 써논 것은… 구매욕을 현저히 떨어뜨리죠.

네오/
이퀄리브리엄, 무지하게 즐거워하면서 봤던 영화입니다. 매트릭스는 잊어라!
http://toonism.egloos.com/72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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