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 토마스 바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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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원래대로라면 트랙백의 출처를 밝혀야 하겠으나, 출처가 비공개 블로그인지라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그 블로그가 나중 언젠가 공개 블로그가 된다면, 뒤늦게라도 공개하겠습니다.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책상에는 컴퓨터에 관련된 것만 얹어놓습니다. (아니, 실은 온갖 잡동사니의 집합소입니다;)

책은 소파 앞의 자그마한 테이블에 얹어놓지요. 책은 책장에 꽂아서 보관하기 때문에, 테이블 위의 책은 항상 바뀝니다. 지금은 하인라인의 『프라이데이』가 얹어져 있군요.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 물론 절판된 SF들. (일부 장르소설 포함)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 아직 20여 일밖에 지나지 않아서 읽은 책이 많지 않아요.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가 참 좋았습니다. 쉽게 빨리 읽히는 책이었는데, 빨리 읽히는 만큼 남은 쪽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아쉬워했지요.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그리고 그 책은 무엇이었는가?

▷ 저는 '가장 먼저'라고 질문하시면 대답을 못 합니다. 글자를 익혔던 그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뒤집어 내려와야 한다구요.

국민학교 고학년 쯤에 사 모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책은 (그리고 지금까지 갖고 있는 책은) 데스카 오사무의 『붓다』(전 8권, 고려원)입니다. 만화임에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게 고급스런 책이었고, 그 때문에 꽤나 가격이 비쌌으며, (1990년 발행, 각권 약 4,500원. 당시 일반 소설책보다 비쌌습니다.) 여덟 권을 다 모으는 데 거의 4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장편 대하 소설만화를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그 길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는 솜씨에 혀를 내둘렀지요.

지금도 데스카 오사무의 이름을 들으면 (남들이 『아톰』이나 『블랙잭』, 『불새』 등을 떠올릴 때) 저는 『붓다』를 먼저 떠올린답니다.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박봉성의 수많은 기업극화들.

어처구니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중학교 다닐 적에 만화가가 되지 못한다면 경영학과에라도 가야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랍니다.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 한 질이 아니라 한 권입니까? 너무 잔혹하십니다! (흑흑)

딱 한 권이라면, 김원호의 『풍물굿 연구』(학민사)입니다. 아예 느긋하게 푹 파묻혀서 제대로 연구 한 번 해 보렵니다.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 현재까지 낸 책을 다 갖고 있는, 그런 작가는 있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든지.) 하지만 앞으로도 족족 다 사들이겠다고 할 만큼 좋아하는 작가라면, 아직은 없네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도 세 권만 읽었습니다. 저보다는 누나가 더 좋아하더군요.)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집에 있는 책 중에서만 고르자면, 南條範夫의 『46인의 사무라이』(대명사). 무지하게 재밌는 일본식 무협지라는데, 두께의 압박에다가 세로쓰기의 압박입니다.

『암호의 세계』도 끝까지 읽고 싶지만, 이공계열의 지식이 전무한 사람은 후반부를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더군요. 전반부를 이해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환단고기』는 아무 생각 없이 흥미로 헌책방에서 산 놈인데, 읽다가는 머리 어딘가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주위의 만류 때문에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 둘 다 좋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헌책방 사냥입니다. 3년 전만 해도 새책을 더 좋아했는데, 이젠 헌책방의 책먼지 냄새를 즐기게 되었어요. 미친 듯이 비싸진 책값도 사실 부담이 됩니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 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시집은 4년 전에 읽은 『님의 침묵』입니다. 아는 시인이라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시인들뿐이고, 그 중에 좋아하는 시인을 고르라면 한용운 님과 윤동주 님입니다.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 지하철. 이상하게도, 아무리 편한 소파나 침대, 기타 등등 그 무엇도 지하철 의자만큼 독서에 좋은 자리가 없더군요. 갑자기 독서량이 늘어났다면 틀림없이 며칠간 지하철을 장시간 탈 일이 생긴 것입니다.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 지하철이 최고라니까요.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 원래는 잘 듣지 않습니다만, 요 근래는 새로 산 MP3폰의 기능에 반해버리는 바람에 (원래 폰은 구식이라 그런 기능이 없었거든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습니다. (물론 읽는 장소는 지하철입니다. 집에서는 음악 없이 책만 봅니다.) 지금 폰에 들어있는 음악은 모두 최신 인기가요들입니다. 장르는 락 발라드와 힙합.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 화장실에서 책이 없이 무슨 정신으로 버티란 말입니까!

현재 보고 있는 책을 그냥 들고 갑니다. 올해부터는 책을 두세 권씩 보지 않고 한 번에 한 권씩만 보기로 했어요. (17대 1로 붙어도 일단은 한 놈만 팬다, 뭐 그런 것과 비슷하달까요.)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만, 책에 음식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음식을 더 흘린다는 소리?)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문이나 TV를 봅니다.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 절판된 SF들. (지금 세상에 없는 것까지 포함하자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수많은 SF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 신식 문물이 기존의 문물을 대체할 수 있다 없다를 내 맘대로 예측해 봤자 도대체 맞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예측하지 않으렵니다. (라고 말해놓고도, 굳이 예측하자면 수십 년의 과도기를 거친 후에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가 죽을 때까지는 종이책이 남아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종이를 넘기며 인쇄된 활자를 읽는 맛과 마우스로 스크롤하며 모니터의 글자를 읽는 맛은 둘 다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그것도 더 오래 된 습관을) 버리는 것은 싫군요.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16번에 쓰다가 만 것인데, 그것과 이어서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SF라는 장르에 빠지면서부터 절판된 SF를 모으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SF라는 게 워낙 절판이 잘 되는데다, 모으는 재미도 꽤나 쏠쏠합니다. 눈앞에 있을 때 바로 사놓지 않으면 다시는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보이는 족족 사두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제 모습은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수집하는 사람'이 되어 있더군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지금 당장 절판 SF가 눈앞에 있으면 바로 사버리겠지만, 근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제 모습은 '책을 읽는 사람'입니다.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중요한 건 내가 책을 소유하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지식이나 기타 책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내가 얻어내는가의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갖고 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그걸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가 중요하겠지요. 얼마나 많은 절판본을 모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읽으면서 얼마나 즐거웠나가 중요할 것입니다.

뭐라고 간단한 말로 '이런 원칙입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그냥 주저리입니다.

by toonism | 2006/01/23 03:21 | 블로그 놀이 | 트랙백(2) | 핑백(2)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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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그래 제길 나 이.. at 2006/01/23 22:38

제목 : 책 문답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toonism님 댁에서 트랙백했습니다.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직업상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류. 그리고 (영어) 원서를 꽂아두지 않고 쌓아두고 있습니다......more

Tracked from 얼굴가리기 at 2006/01/26 12:21

제목 :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투니즘님의 블로그로 부터...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칼의 노래, 모모, 파이트클럽, 그리고 종종 꺼내서 보는 단편집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돈이 없어서 이래저래 항상 자제하면서 ......more

Linked at [ toonism world .. at 2007/12/08 15:09

... 100억의 사나이 1 - 쿠니토모 야스즈키 지음/아선미디어예전에 한 번 보았던 작품인데, 박봉성의 기업극화에 심취하던 취향이 어디 가지 않아요, 이렇게 돈 버는 이야기에는 그냥 빠져버립니다.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고, 경영학 서적에서 가끔씩 나오는 사례를 변용 ... more

Linked at [ toonism world .. at 2008/01/13 15:27

... 소므나 님께서 요청하신 자료입니다.물론 소므나 님께 따로 메일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지만,순전히 포스팅 거리 하나 늘린다는 생각으로...(뻐억)일전에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라는 포스팅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책입니다. '46人의 사무라이'. 세로쓰기에 두께의 압박으로 읽지 못했는데, 지금 스캔하느라 확인해 보니 총 650 ... more

Commented by 자향 at 2006/01/23 20:19
서치회 식구들 다 해 보는 것도 괜찮겠어요:D 저 가져갑니다;
Commented by Dante99 at 2006/01/23 21:01
<붓다>는 저도 읽으면서 만화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었는데 어찌된 셈인지 2권까지밖에 안 모았네요. 사실 지겹고 너무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인데 경쾌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다루어서 좋아했는데... 싯다르타가 아프다고 의사들이 불려올 때 아톰에 나오는 그 코주부 박사님도 섞여 있어서 작가의 센스에 웃었는데...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시대에 안 맞는 인물 등장'이던가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지금 책이 부모님 댁에 있어서 확인할 수가 없네요.^^) 오랜만에 즐거운 추억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저도 이 문답 작성중인데 꽤 시간이 걸리네요. 다 끝나면 트랙백해서 블로깅하려 합니다. 괜찮을까요?^^
Commented by toonism at 2006/01/23 21:48
자향/
그렇지 않아도, 서치회 식구들이 다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그 게시판에 올린 거였어요.

Dante99/
작가의 센스는 정말 환상이죠. 가끔씩 등장하는 돼지얼굴에도 뒤집어집니다.

트랙백은, 이런 좋은 문답이 퍼지는 건데 당연히 환영이지요.
Commented by roha at 2006/01/24 12:46
저녁에 할게요.(....) 작년엔가 재작년엔가도 얼핏 한 기억이 있는데.( '_')
Commented by 소므나 at 2006/09/22 15:00
안녕하세요. 검색하다가 들어왔는데요 혹시 그
'46인의 사무라이' 그거 황색표지에 검은색으로 무사가 그려져있는 두꺼운 책 아닙니까??? 그거 표지좀 어케 찍어서 보내주실수 있을까요??? somna@네이트쩜컴 인데요-; 제가 그 책을 찾고있어서요.
Commented by toonism at 2006/09/22 18:28
소므나/
지금 회사라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아마 맞을 거예요. 황색표지에 붓 같은 거로 무사를 휘리릭 그린 것 같은데...
주말에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Commented by 소므나 at 2006/09/22 22:14
대단히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toonism at 2006/09/24 00:23
소므나/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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