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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 국어사전, 교양의 기준.

말과 국어사전..... 초절정하수 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댓글로 답하려다 말이 길어질 듯하여 트랙백합니다. (이래놓고 짧을지도 모릅니다.)

이전에 쓴 글부터 옮겨붙이고, 이어 쓰겠습니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입니다. 그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표준어를 쓰라고 하는 건 교양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과 같은 뜻이겠지요. 표준어는 (형법이란 뜻의) 법이 아닙니다. 그걸 지키느냐 마느냐는 자기 마음입니다. 다만 이 사회에서 '나 교양 없소' 하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국립국어원의 해설을 발췌했습니다.)
'중류 사회'는 그 기준이 모호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경향도 감안하여 '교양 있는 사람들'로 바꾼 것이다. 이 구절의 또 하나의 의도는, 이렇게 정함으로써 앞으로는 표준어를 못하면 교양 없는 사람이 된다는 점의 강조도 포함된 것이다. 표준어는 국민 누구나가 공통적으로 쓸 수 있게 마련한 공용어(公用語)이므로, 공적(公的) 활동을 하는 이들이 표준어를 익혀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필수적 교양인 것이다. 그러기에 영국 같은 데서는 런던에 표준어 훈련 기관이 많이 있어 국회 의원이나 정부 관리 등 공적인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품위 있는 표준어 발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표준어 교육은 학교 교육에서 그 기본이 닦여야 한다. 그러기에 모든 교육자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표준어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표준어는 교양의 수준을 넘어 국민이 갖추어야 할 의무 요건(義務要件)이라 하겠다. <원문 제1장 제1항 2. 참고>

물론 교양이라는 말은 계층을 구분하는 것으로 보일 요지가 매우 큽니다. 다만 마지막 문장을 보니 '국민으로서 표준어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군요. 표준어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다음에 하기로 하지요.


국어 사전에 포함되는 단어의 개수는 그 사전의 크기에 따라 다릅니다. 큰 사전은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표준어라든지 동사의 사동형 등도 다루고 있지요. 다만 은어나 비속어를 전부 넣는 것은 쉽지 않고, 그 단어의 대중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수록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국어 사전은 가장 대중적인 단어를 중심적으로 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국어 사전은 새 단어를 등재하는 데 굉장히 인색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대중적이지 않은' 단어가 옛날 사전에 등재된 후 요즘의 사전에도 여전히 올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표준어라는 것이 자주 변경되면 사람들에게 괜한 혼란만 불러오게 됩니다. 표준이라는 것은 자주 변경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규졍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 정해졌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툭하면 '우리 맞춤법은 왜 이리 자주 바뀌냐'라며 투덜대곤 합니다. 이에 관한 예전의 제 포스트: <여기>)

다만 국립국어원에서도 바뀌는 언어습관에 대비는 하고 있습니다. 1998년의 표준어규정도 이전의 표준어규정을 많이 바꾼 것입니다(물론 이전의 규정이 일제시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만). 또한 이를 위해 표준어사정심의위원회를 2003년에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초절정하수 님이 마지막에 말씀하신 '변화의 적극 수용'은 저도 일정부분 찬성합니다. 언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변하게 되어 있는 것이지요. 또한 어법이란 것은 언어의 쓰임을 정리한 것이지 어법에 맞춰 언어를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어법에 맞지 않게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어법을 바꾸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립국어원의 해설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8. '알은-척/-체'의 '알은'은 'ㄹ' 불규칙 용언이므로 '안'으로 해야 마땅할 것이로되, '알은'으로 굳어 버린 관용을 존중해서 '알은' 형을 그대로 둔 것이다.
9. '우레/천둥'의 '우레'는 본래가 '울다'의 어간 '울-'에 접미사 '-에'가 붙어서 된 말이었는데, 어느 결에 한자어식 표기로 바뀌어 '우뢰(雨雷)'라 씌어 왔던 것이다. 이번 규정에서는 고어에도 '우레'로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여 '우레'로 되돌려 처리한 것이다.
<원문 최하단, 제3장 제5절 제26항 8. 9. 참고>

8.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아도 관용을 존중하는 것, 9.에서는 잘못된 관용을 원래로 되돌리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젯밤 『올드 앤 뉴』에서는 개발새발이 틀린 답, 괴발개발이 옳은 답으로 나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괴발개발이 옳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20대 이상이 약 50%, 10대가 약 30% 정도라고 하는군요. 개발새발이란 단어를 아는 사람은 20대 이상이 약 70%, 10대가 약 50%라고 합니다. (의외로 낮아서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표준어와 비표준어가 나오면 노현정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앞으로는 비표준어 대신 표준어를 사용해 주세요.'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똑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괴발개발이라는 표준어를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괴발개발이라는 말도 사용해 주세요.'라고 말하더군요.

꽤나 혼란을 느꼈습니다. 어떤 이유로 괴발개발이 개발새발이 되었나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네이버 책 본문보기에서 캡처_ 조항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2』, 예담출판사.)

괴발개발, 쇠발개발은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이 있다면) 그 단어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게 가능하지만, 개발새발은 그 단어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단어 자체에 뜻이 숨어있는 게 아니라, 단지 발음하기 편하게 바꾼 것이 다른 의미로 오해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단어는 틀린 단어입니다.

저는 이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아마 제가 반대하는 이유는 십수 년간 학교에서 '개발새발은 틀렸으니 쓰지 마라'라고 교육을 받아왔고 그걸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 반대라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겠지요. 몇 년 후가 될지 몇 십 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표준어는 일부 변경이 될 것이고, 아마 그 때쯤에는 개발새발도 표준어로 인정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언어의 쓰임이 어법을 만드는 것이지 어법이 언어의 쓰임을 규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상, 두서도 없고 결론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읽고 그냥 내리셨으면 대략 낭패; (← 과연 이 단어도 나중에 표준어로 등재될 수 있을까요?)




사고에 대비해 미리 변명을 늟어놓는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전 국어와 국문법에 비전문가입니다. 혹시나 이 글 속에서 사실관계에 관한 오류가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by toonism | 2006/01/25 03:50 | 단상 혹은 헛소리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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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초절정하수의 눈집 at 2006/01/25 05:37

제목 : 국어학자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표준어
이 글은 toonism님의 제 글에 대한 답글을 제다 다시 답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입니다. 처음에는 댓글로 작성했는데, 올리려고 보니 1000자나 넘어서 저도 트랙백으로 연결합니다. ^^; 글쎄요. 우레에 대해서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살펴보니 4번 변화했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아마 그 당시의 참고서를......more

Commented by Nairrti at 2006/01/25 05:27
표준어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는 표준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표준어: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 표준어 정책에 대하여, 김세중 /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http://www.korean.go.kr/nkview/nklife/2004_1/14_6.html
Commented by Nairrti at 2006/01/25 05:31
말씀하신 것처럼, '교양있는 사람'으로만 하시는 것은 오류가 있습니다. 위 정의에서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하여, 서울 말을 표준어로 정하는 명분으로 '교양있는 사람'을 붙였을 뿐이지 사실 이 교양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정의가 불분명합니다. (같은 내용이 위 인용한 논문에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표준어 정의에서 '현대 서울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것이, 조만한 '현대 인터넷말'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위 논문은 '입말'을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초절정하수 at 2006/01/25 05:39
저도 댓글이 길어져서 트랙백으로 날립니다. ^^
Commented at 2008/06/23 17: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toonism at 2008/06/25 10:02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비문과 오기를 보다 보면 멀미가 난답니다. 요즘은 그나마 많이 단련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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