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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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판타지 문답

SF/판타지 문답 사은 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사은 님이 직접 만든 문답이라고 합니다. 기존 거개의 문답과는 다르게, 긴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들이군요.
하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한 번 해 보지요.



1. 'SF/판타지'라는 말의 뜻은 무엇입니까? 한 번 저 말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주세요.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이질적인) 시간/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또는 그 이야기를 갖춘 문화.


2. SF와 판타지를 각각 다른 장르로 볼 때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십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히 가리지는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SF 쪽을 더 좋아합니다. 아직 제대로 된 판타지를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이유가 클 것 같군요. 게다가 제가 본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은 서너 권을 훌쩍 넘는 긴 작품들이라 손대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구요.

SF는 일단 '(미래에는) 왠지 있을 법한' 또는 '(다른 차원에서는) 왠지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더 정이 갑니다. 기본적인 물리 개념부터 뒤집어 주는 D&D의 세계도 재미있고 중간계도 재밌지만,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실감이 안 나요. 하긴, 그렇게 말하면 이상한 중력의 세계를 그린 SF 『중력의 임무』도 상상이 되지 않아 읽다 포기하긴 했습니다만.



3. 처음 SF/판타지를 당신에게 소개해 주었던 작품(소설/만화/애니/영화/게임 등)을 기억하십니까?

처음 접한 거라면 당연히 기억이 안 나지요. 한글을 깨친 그 순간부터 오만가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원래 아동용 전집 중에 SF나 판타지가 은근히 많이 섞여 있잖아요. 그중 뭘 먼저 읽었는지 어떻게 기억하겠습니까. 더군다나 그 때는 SF나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 없었는걸요. 만화나 애니, 영화, 게임도 마찬가지구요.

아, 이게 SF구나, 이게 판타지구나 하고 인식한 것부터라면, SF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였고, 판타지는 김근우의 『바람의 마도사』였습니다. (임달영의 『레기오스』가 살짝 먼저였을지도.) 『로봇』 시리즈는 너무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을 찾다가 우연히 나우누리의 SF2019라는 동호회를 알게 되었고, 거기에 있는 수많은 아시모프 단편들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SF라는 장르에 발을 들여놓았지요. 『바람의 마도사』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요즘 이 책의 평을 보면 그다지 좋은 평은 없던데, 글쎄 모르겠어요,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지. 하지만 그 때는 굉장히 재밌었어요. 만화나 애니, 영화, 게임은 잘 모르겠습니다.



4. SF/판타지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셨을 때 이게 SF/판타지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장르의 첫 인상/감상이 궁금합니다.

에구구, 위 3번에서 미리 말해버렸군요.


4. SF/판타지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래서 좋아한다! 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으시다면 적어주세요.

재미있죠. 재미가 없었다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겁니다. 작품마다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세상을 그리기 때문에 항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도 큰 매력이겠군요.


5. 좋아하는 해외 SF/판타지 작가를 최대 다섯 분 고르신다면? 어떤 작가를, 왜 좋아하시나요?

아이작 아시모프, 테드 창, 그렉 이건,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무순)

아시모프는 3번에서 말한 것처럼 제가 SF라는 장르에 빠져들게 한 장본인입니다. 그 감격은 잊을 수가 없지요.
테드 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단편집을 보고 푸욱 빠져버렸습니다. 이 사람은 정말 천재예요.
이건은 사실 『쿼런틴』 하나밖에 못 봤습니다. 하지만, 그 독특한 이야기에 경배를!
클라크는 아주 차분하게, 차분하게 열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느낌.
하인라인은 말주변 좋은 궤변가라서, 그 궤변이 어디까지 가나 궁금해져요.

어쩌다 보니 다들 SF작가입니다만, 그건 사실 제가 해외 판타지 작가를 잘 몰라서 그래요. 접한 것도 별로 없고.



6. 좋아하는 해외 SF/판타지 작품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BEST 5를 골라보신다면요?

이건 정말 어렵군요. 고민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옆에 있는 책장에서 눈에 띄는 대로, 무순)

재스퍼 포드, 『제인 에어 납치사건』
그렉 이건, 『쿼런틴』
아서 클라크, 『라마와의 랑데부』
다니엘 키스, 『앨저넌에게 꽃다발을』
조지 오웰, 『1984』

단편은 제외했습니다. 단편까지 포함하면 머리 터져요. 절대로 BEST 못 고릅니다.



7. 좋아하는 국내 SF/판타지 작가를, 역시 최대 다섯 분까지 부탁합니다.

이건 SF작가를 고를 수가 없;;;

이영도, 김상현, 홍정훈, 임달영, 이경영

저랑 가끔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했던 분들 중에는, 뒤의 두 작가를 보고 깜짝 놀라실 분들이 몇몇 보입니다. 예, 평소에 이 저 작가분들의 작품을 가지고 놀리는 말을 자주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놀릴 만큼 두 분의 작품을 자주 봤어요. 최근작은 못 봤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는 꼬박꼬박 챙겨봤던 것 같네요. 뭐랄까, 맨 앞의 두 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화끈하게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리고 읽는 동안은 (뭐야, 뻔하잖아, 지루해, 라고 느끼면서도) 재미를 느끼거든요. 홍정훈의 작품 중에 읽은 것은 『비상하는 매』 한 편뿐이지만 그 때 광분해서 좋아했던 기억. 요즘의 작품은 본 적이 없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면 김상현의 작품도 『탐그루』 하나밖에 안 봤습니다만.)



8. 좋아하는 국내 SF/판타지 작품을 다섯 개까지 골라주세요.

복거일, 『비명을 찾아서』
이영도, 『드래곤 라자』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김상현, 『탐그루』
홍정훈, 『비상하는 매』



9. 지금껏 접한 SF/판타지 중 가장 좋아하는 설정(& 인물, 세계관 등)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그냥 '설정'의 매력만 가지고 말하자면, 역시 『제인 에어 납치사건』과 『다아시 경』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해요.

만약 그 설정이 내 현실이 된다고 하면 역시 『로봇』. R. 다닐 올리버 같은 친구(이자 부하이자… 기타 등등)가 주위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일 거예요. 라고 항상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얼마 전 그렉 이건의 『쿼런틴』을 보고 생각이 싹 바뀌었어요. 그 모드는 정말 매력 만땅입니다. (소설을 안 본 분은 무슨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모드를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므로 패스!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절대 후회 안 합니다.)



10. 이런 인물/세계관/설정/내용/주제를 다루는 SF/판타지 작품이 보고싶다! 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SF에서는 특별히 바라는 게 없고, 판타지에서는 미치도록 강한 먼치킨 이야기나 완전 게임 소설 같은 판에 박힌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해석과 다양한 '독특함'으로 소위 판타지 평론가들의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을 이야기. 그러니까, 개연성 있고 문학성 있는 투명드래곤이라고나 할까요.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드래곤 라자』와 『비상하는 매』의 사이쯤입니다. (이쯤에서, 두 작품의 사이라는 게 뭐냐는 질문이 들어올 듯하지만 논리적으로 서술할 자신이 없으므로 패스!) 뭐랄까,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죠.


11. 만약 위의 10번 질문에서 말씀하신 인물/세계관/설정/내용/주제를 다루는 SF/판타지 작품을 특정한 작가에게 써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에게 부탁하시겠습니까?

위에서 말한 대로, 이영도와 홍정훈의 공동집필을……. (뻐억) 애초에 불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라고 말하기 어렵군요. 포기하겠습니다. 부탁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 부탁을 작가가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12. 자아, 이 문답을 꼭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이 기회에 해달라고 바톤을 넘겨봅시다! 그리고, 문답 바톤을 넘기고픈 분이 없으시다면/귀찮으시다면/기타 등등이시라면 '만약 내가 SF/판타지 속의 인물이라면 ~한 인물로 ~한 세계에서 ~게 생활하고 있을까?' 하고 한 번 곰곰 상상해 보는 기회를 가지도록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물론 바톤도 넘기고 이것도 하셔도 됩니다☆)

SF와 판타지를 모두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받아 주세요.

추가 질문에 답을 하자면, 저는 일 안 해도 돈이 썩어 넘치도록 많고, 거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립(洞立) 도서관 세우는 것을 취미로 하는 인물로, 지구라는 세계에서, 여유 있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꿈꾼답니다.


사은 님 덕에 정말 재미있고 좋은 문답을 하게 되었네요. 감사드립니다.

by toonism | 2006/02/07 21:45 | 블로그 놀이 | 트랙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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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ue Luna at 2006/02/07 23:00

제목 : SF/판타지 문답
http://www.allblog.net/GoPage/660356.html 위 주소에 좋은 문답이 있어서 트랙백 합니다. 1. 'SF/판타지'라는 말의 뜻은 무엇입니까? 한 번 저 말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주세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이언스 픽션, 공상과학이고 판타지의 경우 '환상'이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나름대로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본다면, '현실의 거울'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SF와 판타지가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존재하지만, 현실이라는 세계를 기반으로 짜여진 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을 비추어 주는 거울......more

Tracked from 얼굴가리기 at 2006/02/08 10:11

제목 : 사은님의 SF/판타지문답
사은님 블로그 투니즘님 블로그 사비님 블로그와 투니즘님 블로그에서 업어왔습니다. 직접 문답을 만들어 주신 사비님 고맙습니다. 소개해주신 투니즘님도 고마워요. 1. 'SF/판타지'라는 말의 뜻은 무엇입니까? 한 번 저 말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주세요. 정의를 ......more

Commented by 사은 at 2006/02/08 02:09
추가 질문 답변이 최고입니다! (웃음)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
Commented by toonism at 2006/02/09 00:50
아하하; 정말 저렇게 살고 싶지만, 그거야말로 판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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