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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① ② ③
2006년 03월 13일
좋아하던 만화가가 있습니다. 지금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글쎄요,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2000년이 되기 전까지 나온 그의 작품은 모두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2000년 이후에 다시 그의 작품을 펼쳐본 기억은 없어요. 2년쯤 전에 경향신문에서 연재하는 것은 본 적이 있지만요.
원래의 하이홈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프리챌 커뮤니티로 옮겼을 때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작가와 따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의 '만화'가 아닌 '글'을 읽은 적은 거의 없어서 왜 옮겼는지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아무튼, 옮긴 그 커뮤니티는 전혀 활발하지 않았고, 애초에 작가에나 관심이 있었지 커뮤니티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던 저는 한동안 그곳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곳을 가 보니 폐쇄되어 있더군요.
오늘 갑자기 그 작가가 떠올랐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있으려나 하고 검색해 봤지요. 공식 홈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서점 홈페이지에 그 작가의 작품들이 올라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한 에로망가 작가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는 데 실패했던 그는, 일본에 진출해 에로망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더군요.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지 그곳에서 얼마만큼의 위치에 올라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뭐 일단, 그의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최소한 우리나라의 에로망가 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합니다.
블로그라는 매체는 역시 대단합니다. 이 작가가 일본에서 에로망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부분의 글은 블로그에 올라 있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이글루스는 역시 대단합니다. 이런 글의 절대 다수가 이글루스 블로그에 올라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아직 블로그에 둥지를 틀기 전인 2004년 여름께 이 사건이 큰 화제가 되었나 보더군요. 검색어 순위 1위와 3위를 나란히 본명과 필명이 차지했다는 글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많은 글의 일부는 없다고 나오더군요. 이번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수 사건 때문이라고 판단해도 되려나요. 이 사건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자신의 글을 지운 거라고 생각해도 되려나요. 많이 아쉽더군요. 블로그라는 것은 이사가거나 한 번 포스팅한 것을 숨기거나 하는 행위를 쉽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때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쩌면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작가가 일본에서 에로망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작가의 적(敵)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작품만 보고 작가를 좋아했는데 작품 이외의 사실을 알고 나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품 안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들과 이것이 상충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조금 놀란 상태라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지도 않을 겁니다.
위에서 말했듯, 2004년 여름께의 사건입니다. 제대로 뒷북입니다.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구글에서 boichi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어차피 위 글만으로도 아실 분들은 다 아실 것이고, 모르시는 분들은 검색해 봐도 위 글 내용 이상은 모르실 겁니다.
# by toonism | 2006/03/13 01:18 | 단상 혹은 헛소리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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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 그림체가 둘이 있을리가... 근데 전 오히려 에로쪽이 재밌었습니다만 --
그 분의 만화를 보지 않아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미 한국 만화계에서는 이런저런 사건으로 '퇴출'된 사람입니다. -_-;;
영화를 보아도 언제 섹스신이 나올까 두려워해야하는 요즘 영화나
침대가 나오지 않아도 충격적인 소재를 잘만 써먹는 요즘 소설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저는 에로 쪽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작가의 단편선과 다섯 권짜리 유일한 장편은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저 작품, 웹에서는 구할 방도가 없습니까? (뻐억) 하긴 어차피 일본어를 읽을 줄도 모르지만.
mooni/
글쎄요, 저는 곤란해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좋아하던 영화 감독이 포르노 감독이거나, 좋아하던 소설가가 야설 작가인 상황이 발생하면 마찬가지로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겁니다. 제가 포르노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또는 그런 문화를 인정하는지 어떤지의 여부를 떠나서요.
곰부릭/
괜히 알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긴, 그 덕에 이 작가의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될 것 같긴 한데요.
『feeling』을 떠올려 보면 전혀 에로스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 작품과는 느낌이 살짝 다르긴 하겠지만요.)
하하, 워낙 그 사람이 이슈 메이커(?)였으니까요. 특히 대여점 관련 논쟁글이 많죠.
그나저나 그 엄한 그림은... 엄하기만 하지 야하진 않더군요.
전 그분의 오래된 팬 중 한사람으로서 사실 지난 파동 때
이글루스의 반응들에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이 곳의 인적 구성에 대해 전혀 모를 때 였지요.)
"에로만화가"라고 이름지어져 버리면 상당히 안좋은 이미지이지만 그저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생활하기 직전까진 모대학 영화과에서 대학원과정 수료하신 걸로 알고요.
연재 꾸준히 해서 일본에서 단행본도 작년에 내셨습니다.
후기 보면 97년 청보법으로 난리났을 때부터
성인만화를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왔다고 합니다.
대여점 논쟁은 논외로하더라도 이전 "망가"발언이나 "문하생"에 관한 뒷소문으로 소위 '적'이 많으신데
전자는 이상하게 논지가 와전되어 친일파 비슷한 조리돌림을 당했고
후자는 그저 건너건너 전해진 악소문일 뿐 진짜 당사자의 떳떳한 글이나 말이 전해지는 것은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펀"연재 시에 투니즘님이 좋아하셨던 걸로 기억되네요.
사실 연재 중인 단편들에 대한 평가들도(전혀 야하지 않다 등) 기존의 악감정에 치우친 것들이 많아 보여 씁쓸하기도 합니다.
지난 파동이라 함은 저 작품들 연재 때의 이야기인가 보군요. 저는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검색해서 찾아 본 바 '결국 이거냐' '그럼 그렇지' 등의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더군요.
'에로만화가'라는 것에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만 한 건 아닙니다. 위에 mooni 님에게 드린 답글에도 적었지만, 제가 충격을 받았다는 건 '제가 포르노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또는 그런 문화를 인정하는지 어떤지의 여부를 떠나서'입니다. 일차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작품이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진심으로 그분이 그리고 싶었던 작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코투인가 어딘가에 연재했던 『Feeling』과의 극심한 차이 때문에 놀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때 연재 의도를 밝히는 글에서 '기존의 야한 것만 강조하는 성인만화와 차별성을 두어 고급스러운 성인만화를 표방한다'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위에 말씀하신 '성인만화를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라는 말이 『Feeling』과 겹쳐지는군요.
망가 발언과 문하생 발언은 저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대여점 논쟁은 간단하게 알고 있습니다만.
펀 연재시라는 건 아마 근간인 『영화를 믿지 마세요』의 연재시를 말씀하시나 봅니다. 분명 반가웠고 좋긴 했지만 예전의 단편집과 『TOON』에서 봤던 그 느낌이 사라져서 많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winnie 님의 글을 보고 나니 더욱 일본연재작을 보고 싶어지는군요. 파일구리에서 boichi라고 검색해 봐도 나오는 것 하나 없고, 어디 구할 방도가 없을까요? (구해도 어차피 일어를 읽을 줄 모릅니다만.)
lovers in winters 가 제목이구요.
못구하시면 msn 가르쳐주세요. 제가 드릴게요.
필링 연재 시에는 아마 컨셉이 "본격 성애물보다는 소프트한 감초같은 연재물"을 지향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횟집의 "초생강"같은 만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지요.
이번 일본 연재 작품은 "연재물"이 아니라 단편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정된 분량에서 기본적인 성애씬이 들어가야 하기에
기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뭐.
저도 일어를 정식으로 공부한게 아니라서 100% 내용을 이해하고 본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특유의 패러디들과 취향, 명랑만화에의 오마주 등 건질게 많은 단편집이라고 봅니다.
(한국 만화의 "구입"자체를 꺼리는 이상한 매니아)
이들이므로 신경 쓸바가 못되지만
이 분이 한국에서 연재할 곳이 전무하다시피하게 된 사정은
우리 만화계의 과거와 이어지는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하겠습니다.
제목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일구리에는 없던데 eMule에 들어가 검색해 보니 바로 나오는군요. 지금 다운받는 중입니다.
필링에 관한 것은, winnie 님 말씀이 맞는 것 같군요. 초생강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다운을 받고 있긴 합니다만 이거 읽지도 못하는데... 어쩌나; (일일이 타이핑한 후에 번역기에 돌린 후 포토샵으로 식자 작업을;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