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 토마스 바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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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런 대학교 광고들 #2

낚시꾼 되어버렸어요.에서 예고한 대로, 당혹스런 대학교 광고들 #1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대상은 바로 toonism이 다녔던 학교.


(요즘은 타 대학에서도 꽤나 보편화된 광고 같지만) 내가 입학했던 1998년에만 해도 이 학교에서는 참 당혹스러운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바로 강남에서 10분, 잠실에서 10분! 대학이 무슨 신규 분양 아파트도 아니고, 어디 물 좋은 나이트도 아니고, 그래, 나름대로 대학이라는 데가 다른 대학에 비해서 내세울 것이 겨우 '교통' 하나랍니까? 그것도 과장광고였죠. 새벽 2시쯤의 텅텅 빈 도로를 과속으로 밟아대지 않는 한 10분이라는 시간은 불가능한 시간이거든요.

학교 이름을 한글로 풀어내자면 '서울에서 멀다'라는 뜻이 됩니다. 이 이름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그랬던 걸까요? 이 광고는 몇 년 전까지도 걸려 있더군요.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학교 이름을 한글로 풀어도 '서울에서 멀다'라는 뜻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자음만 들으면 이 의미를 먼저 떠올리더군요. 실제로는 학교 창립자의 두 딸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은 명칭이라고 합니다.)


뭐 이건 그렇다고 해 두죠. 서울에서 단 2km 떨어져 있어 지방대가 되어버리는 (어찌 보면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 학교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만합니다. 이 학교보다 규모도 역량도 떨어지는 일부 대학들이 단지 서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커트라인을 유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또 다른 광고에서는 '성남의 유일한 종합대학'이라는 언급을 하지 마시기를. 앞의 광고와는 그 뜻하는 바가 정 반대가 아닙니까. 한 쪽에서는 어떡해서든 서울에 붙으려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 지방의 대표선수라고 우기고.


결정적으로 당혹스러운 광고는 한의대학 광고입니다. '상위 0.5%의 특권'이라는 카피가 붙어 있는 이 광고는, 한의대생이 아닌 나머지 95% 이상의 학생들을 무참히 침몰시켜버립니다.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졸업할 당시만 해도 이 광고가 홍보에 가장 자주 쓰이는 광고였지요.)

산부인과로 시작해서 차병원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룬 (대학병원을 제외한 종합병원 중에 말입니다) 종합병원의 원장이 학교를 인수한 이후, 학교의 모든 역량은 한의대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죠. 음대 미대 등 돈 되는 단과대학은 살아남고, 인문대 자연과학대 등 돈 안 되는 단과대학은 서서히 침몰하였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역사/철학 전공이 폐과되었습니다. 인문학의 기초 학문이 사라진 종합대학이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수학/물리학 등 자연과학의 기초 학문 전공도 폐과되리라 예상합니다. 돈이 안 되니까요.)

말이 한참 어긋났군요. 어디까지 돌아가야 하지?


어째 모교를 욕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만, 그 학교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학교입니다. 이 대학의 졸업자라는 게 자랑스러울 것까지는 없지만 수치스러울 것도 없지요. 사실 학교 관리자들이 광고를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학생들이야 좋은 교수 밑에서 충실한 수업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장땡이니까요. (아쉽게도 좋은 교수는 눈씻고 찾으면 겨우 한둘 보였고 충실한 수업은 전임교수보다 시간강사의 수업에서 더 자주 보였으며 나를 포함한 학생들 대부분은 술과 도박, 동아리에 취해 공부는 뒷전이었지만요.)

여전히 이야기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군요. 이쯤에서 이야기를 접는 게 차라리 낫겠습니다. (도망친다)

by toonism | 2006/08/29 12:40 | 단상 혹은 헛소리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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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곰부릭 at 2006/08/29 15:02
아! 얄리;;;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저도 이름만으로는 서울에서 멀다!쪽에 한표입니다^^;;
Commented by 트랜샌드 at 2006/08/29 19:21
이번 글 답글은 어떨는지요 (......)
Commented by toonism at 2006/08/31 13:55
곰부릭/
역시 그렇게 생각되죠? 그런데 '얄리'가 뭐예요?

트랜샌드/
이번 글은 파장이 미미했습니다. 후훗. (올블 실시간인기글에 잠시 오르긴 했지만 금새 사라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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