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책과 관련된 포스팅을 두 번이나 한 적이 있군요 :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다면. 엠블렘 Take 2 : 야쿠자, 리플레이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마흔이 넘는 나이에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하루 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가다가 이유없이 죽고,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난 어떻게 살게 될까. 저 위의 첫 번째 링크에 나온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이런 상황에 대해 내 친구는 '그 인생 참 부럽네'라고 했고 난 '그 인생 참 심심하겠네'라고 했다. 그런데 단지 그 정도가 아닌가 보다.
소설이 시작한 첫 페이지에 운명하신 우리의 윈스턴 씨는 대학 1학년생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다. 굵직한 사건 하나하나를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스포츠 도박에 참여하여 종자돈을 모아서 당시에는 조그마하지만 나중에는 무지 커지게 될 IBM 등의 회사에 투자를 한다. 엄청난 부, 아름다운 아내, 소중한 딸,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삶을 살아가던 우리의 윈스턴 씨. 그런데 또 운명하신다. 지난 삶에서 죽었던 것과 같은 나이에.
이런 젠장, 이쯤 되면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의 인생판이다. 영화의 주인공 필 코너스는 눈에 갇힌 도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항상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똑같은 하루에 지겨워진 그는 피아노도 배워 보고 사람도 구해 보지만 한편으론 인생 막장으로 범죄도 저질러 보고 자살도 해 본다. 그럼 우리의 윈스턴 씨는? 아무래도 하루짜리가 아니라 수십 년 짜리이니 조금은 달라지긴 하지만 별반 다를 바는 없나 보다. 세 번째 삶에서는 막장 인생,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마약에 혼음에 이것저것 다 해 보고, 결국은 같은 나이 같은 날에 운명하신다.
(어차피 절판된 책, 스포일러 따위 무의미해! 라고 하시는 분은 아래 하얀 부분 긁어보셔도..)네 번째 삶에서는 조금 다른 길이 펼쳐진다.
자신과 같은 굴레를 뒤집어쓴 또 다른 한 명을 만난 것. 그 사람도 항상 윈스턴 씨와 같은 시간에 운명하신단다. 너무 늦게 만나 이번 생에서 뭔가 하긴 늦었으니, 두 손 꼭 잡고 다음 생을 기약하신다.
다섯 번째 삶에서는?
초반부터 열심히 뛰어다니시더니, 또 한 명을 찾으셨다. 그런데 그는 자신들이 왜 이렇게 같은 삶을 반복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다고 한다. 같은 삶을 반복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 ○○○○○○의 ○○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납득할 수 없었던 윈스턴 씨(+1人)는 다시 두 손 꼭 잡고 다음 생을 기약하신다.여섯 번째 삶에서는 좀더 대대적으로 뛰어다니신다.
자신들의 모든 비밀을 공개하고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찾는다. 그러자누군가가 찾아간다. CIA란다. 그때부터 정부를 위해 뛰어다니는 불쌍한 윈스턴 씨, 지친 일상에 파트너와도 대판 싸우고 이번에는 손도 안 잡고 따로따로 운명하신다.
일곱 번째 삶, 여덟 번째 삶...
계속해서 반복된 삶을 살아가던 윈스턴 씨, 드디어 굴레에서 벗어나신다.저렇게 다양한 패턴의 삶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초반에만 볼 만 하지 계속 보다 보면 참 재미없겠다. 두 권짜리 책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냥 살기만 하지는 않는다. 첫 리플레이[再生] 때에 비해 두 번째 리플레이는 몇 시간 앞당겨지고, 세 번째 리플레이는 며칠, 네 번째 리플레이는 몇 달, 다섯 번째는 몇 년... 이렇게 갈수록 다시 살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전 생에서 부족했던 것, 다음 생에서는 개선해보려 했는데 그 기회가 갈수록 줄어든다. 도대체 어떤 주기로 줄어들게 되는 것인지, 이러다가 자신이 죽었던 그 시간까지 당겨지면 어떻게 되는지, 언젠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는 한 건지.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있겠는가. 2주 전에 과속감지카메라에 찍혔을 때, 딱 5초만 앞으로 돌아가 보고 싶었다. 얼마 전에 고객의 오더를 놓치는 바람에 납기를 어길 뻔했을 때, 오더를 받았던 때로 돌아가 제대로 처리해 보고 싶었다. 취직이 안 되어 고민하던 2년 전에는 대학 생활을 다시 제대로 하고 싶었고, 고등학교로 다시 돌아가 좀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다. 인생 전체를 되돌리고 싶고, 때로는 단 일 초라도 되돌려보고 싶다.
그러나 삶을 아무리 되돌려도 후회라는 것을 떨칠 수는 없는 법이다. 좀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 지금[現生]의 대학 친구/선후배들과의 관계를 버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차피 무언가를 선택한다면 무언가는 버려야 하는 것, 아무리 훌륭한 선택을 한다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이 채워지지는 않는가 보다.
그러니 더 이상 후회하지 말라! 지나간 과거를 아쉬워하지 말고 미래를 보라! 지나간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이용해 미래를 건설하라!
(이상이 이 책의 주제인 듯. 제 가치관과는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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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여러 번 리플레이된다는 것만 확실하다면, 까짓 못 외울 게 뭡니까. 로또 1회부터 100회까지 모든 당첨번호 다 외울 의향도 있습니다.
중학교 때 읽었었죠, 어린 마음에 빠박한 묘사들에 더욱 하악 거렸던 기억이 아련히 떠 오릅니다(...우와 창피해)
'빠박한 묘사'라 함은... 으음, 전 작년에 읽었어도 하악 거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