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일랜드 1 - ![]() 윤인완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
그림작가 양경일과 함께 작업한 만화 『아일랜드』, 『新암행어사』로 유명한 이야기작가 윤인완. 90년대를 풍미했던 소설 『퇴마록』의 이미지를 따라하려던 (멀리 보자면 일본만화 『공작왕』까지도 거슬러가겠지만) 수많은 만화들이 제풀에 쓰러졌던 것과 달리, 만화 『아일랜드』는 멋들어진 그림체에 매력 넘치는 캐릭터, 세밀한 설정 등으로 꽤나 큰 인기를 얻었더랬다.
총 일곱 권으로 구성된 만화 『아일랜드』는 초반에는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었지만 5권 중반에서 갑자기 장편으로 이야기 전개 방식을 선회했다. 그리고 이때쯤 양경일―윤인완의 일본 진출이 가시화되었고, 연재는 지지부진해졌다. 5권 이후 7권이 발매되는 데 약 20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두 권 반 분량의 장편에 대한 완성도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에 대한 호감이 낮아지게 되었다.
그 장편이 끝남과 동시에 만화 『아일랜드』가 완결되었다.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닌데, 단지 (좀 긴) 에피소드 하나가 끝났을 뿐인데 갑자기 완결이 되어버렸다. 일본 진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정리했다는 거야 이해하겠지만, 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은 도대체 어쩔 것이며 아직 설명이 덜 된 수많은 암시와 복선들은 어쩔 것이란 말인가.
이런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이야기작가 윤인완은 소설 『아일랜드』를 발표했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그대로 되살리고, 만화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왕왕 이런 경우가 있다: 모든 걸 드러내 보여주는 것보다는 살짝 가리는 게 더 섹시한 경우 말이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세세한 (너무도 세세한!) 뒷얘기들은 캐릭터들의 신비한 매력을 없애버렸다. 퇴마물에서의 세밀한 설정은 이미 『퇴마록』에서 했던 것은 답습했을 뿐이며, 이를 넘어서는 신선함이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그림이 빠진 액션 신은 아무런 흥분감을 느낄 수 없는 평이한 서술만이 반복되었다. 만화에서 보여주었던 매력이 하나씩 사라져버렸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만화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서는 만화를 읽지 않게 되었다. 만화에 대한 매력마저 사라져버린 것이다.
원작자 스스로 원작을 망쳐버린 변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세 개나 되는 이유는, 여섯 권 중 앞의 두 권만 읽었을 때까지는 그나마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덧글
그래도 소설 중에서 카레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문체 문제야, 애초에 윤인완이 '이야기'로 유명하지 '글'로 유명한 게 아니니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구성이나 상상력마저 빈곤하니 이건 뭐;;; (혹시라도 『新암행어사』 소설판이 나온다면, 일본의 잘 나가는 라이트노벨 작가가 집필하길 간절하게 바랄 뿐입니다)
팬픽이라... 예전이라면 찾아서 읽어보고 싶었겠지만, 이제 만화판 『아일랜드』의 마력에서 벗어난 지 오래라 큰 관심이 없군요. 아쉽습니다.
카레 이야기라면, 반이 기절했던 이야기였던가요? 자세히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