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들/ 기타 헌책방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2009/09/07 11:13 by toonism

지난주에는 갑자기 마천역으로 갈 일이 있었습니다.
마천역은 5호선 맨 끝에 있습니다. 다른 역들과는 달리 사거리에 있는 게 아니고 골목가에 있는 독특한 곳이죠.

(지도 오른쪽 아래에... 보이시죠? 지도는 Daum에서...)


이 부근에는 헌책방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지도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있는 화살표 부근, 하나는 오른쪽 위에 있는 화살표 부근이예요.

예전에 후배가 이 근처에서 자취를 해서 두세 번쯤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알게 된 곳들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헌책방이 있다면 그걸 그냥 지나칠 인종이 아니잖습니까, 우리들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우리들'인지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마천역에 갈 일이 생기자마자 이 헌책방부터 떠올렸습니다.

여기를 마지막으로 간 게 06년 말이었나 07년 초였나 아무튼 2년이 넘게 안 가본 곳이라, 혹시 없어진 게 아닐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 봤습니다. 헌책방 이름이나 전화번호는 전혀 기억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Daum 로드뷰를 뒤져 보았지요.

(어어, 뭐가 보이는 것 같은데...)

(보... 보인다! "태인 책 서점"!!!)


아싸, 아직 안 망했구나! 그러나 여전히 '혹시나'하는 마음을 접을 수가 없습니다. 로드뷰 사진이 재작년부터 작년 여름까지 수집한 거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거든요. 구글 신께 신탁을 구해 보았습니다. 전화번호가 한 번에 뜨네요. 전화를 걸어 봤더니 아리따운 목소리의 여성 분이 "수신자의 사정으로... 어쩌고 저쩌고" 라고 하십니다. 이러면 무지하게 불안해집니다.

인터넷의 힘을 좀 더 빌려 보았습니다... 언제 만들어진 건지 알 수 없는 전국 헌책방 목록이 뜨는군요. 삼사 년 전에 없어진 헌책방 이름들이 올라와 있는, 신뢰성 제로인 목록입니다. 좀 더 뒤져 보니 재작년에 한 언론사의 인터뷰 글이 뜨네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터뷰. 아아 불안합니다.

좀 더 찾다 보니 놀라운 글이 뜹니다. 의도하지 않은 오른쪽 헌책방에 대한 글이 떴는데, 위에 언급한 두 개의 헌책방 사장님이 같은 분이더군요. 몇 번 다녀 보지 않아서 헌책방 사장님과 친하지 않았기에 이건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오른쪽 헌책방은 옛날 시골 구멍가게 같은 작은 곳이고 학습지 아니면 아동용 전집들만 있는 곳이라 한 번 가 보고 다시는 안 갔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요.

그런데 이 글 막바지에 슬픈 글이 나옵니다. "내가 예전에 이 앞에 태인서점이라고 다른 헌책방 하나를 더 했는데... 임대료가... 그래서 처분... 어쩌구저쩌구"


헌책방 하나가 사라지는 모습,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본 것은 아니지만, 종종 다니던 이곳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마지막에 본 글은 작년 말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마천역에 가서 일을 보고 집에 가는 길, 태인서점 쪽을 가 보니 간판을 바꾸지 않은 채 분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더군요. 오른쪽에 있던 그 자그마한 헌책방은 차마 가 보지를 못하고 발을 돌렸습니다.



...동네 헌책방이 갈수록 사라지는 게, 온라인 매장이 많아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헌책 대신 새책을 더 많이 사기 때문일까요... 어쩐지 둘 다 아닌 것 같아 씁쓸합니다...



혹여나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말씀드리자면,
『반지 속으로』 책은 나왔습니다. 나왔는데... 요즘 본업(?)이 바빠서 아직 서점 영업을 못 했다는...
그래도 다음주 중에는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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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책방과 헌책방 나들이의 매력 2009/09/07 21:50 #

    짬이 날 때마다 즐기는 것 중 하나는 '헌책방 돌아다니며 책 뒤지기'입니다. 새 책은 주로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서점을 통해 구입하지만 헌 책의 경우에는 책의 상태나 내용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보니, 주로 직접 다리품을 팔아 골라 구입하죠. 더구나 헌 책방의 서가나 한 켠에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책들 속에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이나 가치있는 책들을 발견할 때의 기쁨과 켜켜이 손 때 묻은 책을 펼쳐보며 맡게 되는 오랜 책내음은 온라인중고서점에서 얻을...... more

덧글

  • FisH 2009/09/07 20:55 # 삭제 답글

    제가 이번에 전주 헌책방 거리와 부산 헌책방 거리를 다녔는데, 자연 발생적인 헌책방 거리의 헌책방들은 하나 하나 닫더군요. 전주는 1/3 정도는 닫아가고 있었어요. 부산은 리모델링의 느낌으로 잘 남아 있더군요. 하지만, 오랜 시간으로 축척된 책들이라 하기에는 너무 젊은 기분이었습니다.

    ... 아무래도 줄어들어 가고 있는건 확실합니다. 전 인터넷 서점이 상당히 컷다고 생각하구요.
  • toonism 2009/09/09 12:37 #

    전주에는 매년 한두 번씩은 방문하는데 이상하게도 헌책방 갈 시간을 못 내겠더라구요. 언제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줄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부산에도 꼭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 ^^
  • 라키난 2009/09/08 13:37 # 답글

    아, 마천역이면 예전에 가본 곳일지도. 한 6년쯤 전?;; 없는 돈 닥닥 긁어 한보따리 샀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다른 곳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헌책방에서 책을 산다'는 행위 자체가 낯설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책의 비주얼이 중요해졌기 때문일지도요. 헌책은 대부분 새 책만큼 깔끔하거나 예쁘지 않-거나, 그럴 거라는 이미지니까요. 안타깝네요.
  • toonism 2009/09/09 12:39 #

    태인서점이 맞다면, 괜찮은 곳에 가신 거예요. 아저씨가 책 보는 눈이 좋은지, 꽤나 괜찮은 책들이 많았거든요. 안타깝게도 주로 팔리는 건 학습지였지만 말이죠.

    물론 새 책이 비주얼도 좋고 깔끔합니다만, 한편으로는 헌책으로밖에 구할 수 없는 책들, 혹은 헌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미(?)를 알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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