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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간만에 또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3월 이후 극장에 세 번째 갔군요. 『태극기...』, 『아라한...』에 이어 오늘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봤습니다.

제가 늙은 건가요? 외국인이 투자하고, 외국에서 개봉하기까지 할 만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는 보여지지 않네요. 솔직히 많은 부분에서 허점이 느껴집니다.

도입부는 멋있습니다. 국제 시장을 겨냥한 작품답게, 처음에 배우와 스탭 이름이 모두 한글과 영어를 병행해서 표기했군요. 최초로 서울 상공에서 야경을 찍었다더니, 정말 멋집니다. 외국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10분만에 치명적인 허점 하나를 먼저 드러내는군요. 도의원으로 나오는 중년의 연기자 분은 어디 연기스쿨에서 일당 주기로 하고 데려온 듯합니다. 도의원을 상대하는 전지현의 대사도 못지 않네요. 국어책을 읽고 있는 듯합니다. 전지현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대본이 너무 이상하게 쓰여졌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이질감을 느낀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더라구요.

중반부 쯤, 탈옥수 '신창수'(ㅡㅡ;;;)의 등장도 상당히 어색합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을 꾸미기 위해 꼭 필요한 캐릭터인 만큼 등장 이전부터 약간이라도 복선을 깔아두었으면 좋았으련만 생각했습니다.

전반부는 『엽기적인 그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면서 『...그녀』보다 덜 웃기고 덜 엽기적이고 무미건조한)이구요, 후반부는 비현실적 상황을 이용해 눈물을 자아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결말 근처에서는 중요한 이야기 하나가 (감독의 실수인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흐지부지 사라져버리기도 하구요.

전지현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이만큼 뜰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지현이 없었다면 홍콩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까, 외국인이 투자하고 외국에서 개봉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전지현의, 전지현을 위한, 전지현에 의한 영화입니다(뒤집어 말하자면, 전지현 없으면 이 영화는 시체나 다름없다는 거죠).

영화를 볼 때 어떤 장르를 특별히 선호하거나 기피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후회해본 적이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지요. 전지현이 나오는 영화만 아니었으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걸 후회하게 될 뻔했습니다. 내가 전지현을 좋아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런 영화에 계속 출연한다면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겠지만 말이죠.

이 영화 덕에 한 가지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 감독이 한 배우를 가지고 비슷한 이미지로 영화를 찍는다면, 일단 피하라. 더군다나 그 감독이 직접 각본을 집필하는 사람이라면.>


감독 : 곽재용
주연 : 전지현, 장혁, 임예진, 김창완, 김수로
장르 : 로맨스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08분
제작년도 : 2004
개봉일 : 2004년 06월 03일
국가 : 한국

by toonism | 2004/06/14 00:58 | 볼거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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