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스타십 트루퍼스 2005/02/02 17:49 by toonism

스타십 트루퍼스 - 10점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강수백 옮김/행복한책읽기


이미 폴 버호벤의 동명 영화가 국내에 공개된 적이 있기 때문에, 『스타십 트루퍼스』라는 제목을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영화와 소설은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만.)

축약해 설명하자면, 지구인이 거미 종족과 전쟁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각각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종족과 저그 종족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스타크래프트』의 표절이라고 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 모양입니다만, 소설보다 40년가량 늦게 나온 영화마저도 『스타크래프트』보다는 일 년 먼저 개봉했다는 것을 상기해야지요. 알 분은 다 아시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스타십 트루퍼스』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려보시라는 것 때문입니다.


이런 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인간이 있다ㅡ 민간인, 군인. 이 소설 속의 시대에도 인간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참정권을 가지지 못하는 민간인, 참정권을 가질 수 있는 군인. 20세기 말, 수많은 정부가 붕괴되고 권력은 사실상 공백 상태로 남게 됩니다. (1959년 작품임을 잊지 맙시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은 퇴역 군인들이었지요. 그들은 자경단을 조직하고, 몇몇을 사형시키고, 자신들의 위원회에는 퇴역 군인들만을 선출합니다.

이쯤에서 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ㅡ 군인 정권을 떠올렸습니다만, 이 가상의 미래에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쁜 의미의) 독재정권은 탄생하지 않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은 ‘자발적이고 힘든 사회봉사를 통해서, 자신의 개인적 이익보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인정받게 되며, 참정권을 가지게 됩니다. 군 복무를 회피한다고 해서 커다란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정권을 포기하고 세금만 꼬박꼬박 내면 되지요.


전쟁을 긍정하고 폭력을 인정하는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스타십 트루퍼스』에는 두 명의 인물이 나옵니다. 조니 리코의 고등학교 선생인 뒤보아 선생, 사관학교 교관인 레이드 소령. 이들이 담당한 과목은 '역사와 윤리 철학(History and Moral Philosophy)'으로,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윤리 과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과목은 군인 출신만이 담당할 수 있는 과목이며, 그 내용 또한 정말 군인답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옛날ㅡ 그러니까 20세기 후반, 공원은 밤에는 다닐 수 없었답니다. 비행청소년 때문이지요. 성인이 되기 전에는 큰 처벌을 받지 않기에 그들의 비행은 전혀 개선되지 않습니다. 범죄→약한 처벌의 순환이 계속되면서 갈수록 그들의 범죄는 흉악해지죠. 그러다 성인이 되자마자 저지른 (이제는 정말 흉악해진) 범죄로 인해 그들은 큰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때리면 되는 것이지요. 강아지를 기를 때, 어릴 때 때려서 교육시키면 강아지가 큰 다음에도 사고를 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사상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셔도, 이 책을 보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작가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말입니다. 말을 잘 하는 궤변가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나 할까요. 그 사상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즐길 만 합니다.


과학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발전한 과학기술의 묘사일 겁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전쟁 덕에 발전한다는 말도 있는 바, 이 소설에서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병기들이 나옵니다. 노바(新星) 폭탄이라는 것도 있던데, 아마도 별 자체를 박살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폭탄인 듯합니다만, 주인공이 보병인 관계로 이 무기를 사용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보병인 조니 리코가 사용하는 첨단 병기는 바로 강화복(Powered Suit)입니다.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엄청난 높이를 도약할 수 있으며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전투복이죠. 얼마 전에 미군이 이와 비슷한 전투복을 개발 중이라는 (믿을 수 없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즐거움은 군인으로서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1/3을 넘는 분량을 신병으로서의 힘든 훈련 과정 묘사에 할애했고, 나머지의 절반가량을 군 생활과 전쟁 수행 과정 묘사에 할애했습니다. 적절한 비교가 될는지 모르지만, 영화 『실미도』에서는 많은 부분이 그들의 훈련과정 묘사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을 주고 재미를 느끼게 하더군요.


저는 2년 2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반 년 가량 지난 후 『스타십 트루퍼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자마자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이 책은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군부대에 보급되어야 한다.’ 내용이 군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육군훈련소에서 6주간 정신교육을 받은 후보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가 더 ‘군인정신’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한 몸 바쳐 국가에 충성하련다’라는 마음이 갑자기 샘솟았다는 건 아니고, ‘그야말로 군인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게 최고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가끔씩은 이 책을 국방부(인지 병무청인지)에 추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은 헛소리였습니다.


※ 참고 : 이 책은 1998년에 그리폰북스에서 『우주의 전사』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가 재판에서는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행복한책읽기에서 2003년에 『스타십 트루퍼스』라는 이름으로 재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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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웹진 거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out&no=31 로 가시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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