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극장에 갔습니다. 간만에 보고 싶은 영화를 봤지요.
제가 한때 『매트릭스』 시리즈에 미쳐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과 비스무레한 영화가 나왔다는 겁니다. 예고편을 보시면 다들 알겠지만, 정말 『매트릭스』스럽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시고 나면 알게 될 겁니다. 이건 배급사의 농간이었던 겁니다. 『매트릭스』와 비슷하다는 평론가들의 썰은 논외로 두더라도, 그 예고편에 나오지 않았던 수많은 상황들을 보면 이 영화가 『매트릭스』와는 전혀 다른 장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글 아래, 엔키노에서 퍼온 자료를 보시면 장르가
액션, 환타지, 스릴러라고 되어 있을 겁니다. 아닙니다, 아니예요. 정말 중요한 것이 빠졌습니다.
호러.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블&환타직 액션입니다.
같이 영화를 본 사람은 공포물을 전혀 못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매트릭스』와 비슷하겠거니 했답니다. ……영화 끝난 후에, 이 영화 골랐다고 맞을 뻔했습니다. 장르, 헷갈리면 안 됩니다!
스포일러일지도 모르는 내용
공포물 분위기가 나오는 것은 첫 장면부터입니다. 멕시코의 어느 곳, 잡동사니를 줍고 있는 듯한 거지 아저씨가 있습니다. 갑자기 미처 보지 못한 구멍에 발 하나가 빠지지요. 발을 뺀 후 그 구멍을 쳐다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손을 집어넣는데……. (이런 데에서 잠시 공포스럽지요. 극장 안은 모두 침묵.)
내용은, 뭐 대충 설명하자면 미국판 퇴마록이랄까요. 그보다는 조금 스케일이 크지만. 천사나 악마를 좋아한다든지 천국과 지옥에 대한 설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설정만으로도 매력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뻔한 설정이지만, 어차피 천사/악마, 천국/지옥에 관한 설정이라면 뻔하네 어쩌네 할 것도 없으니.
자세히 설명이 나온 건 아니지만 대충 예측하건대 천국과 지옥은 현 세계의 평행 세계(parallel world)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천국, 지옥, 이승 세 개의 평행 세계가 있는 거죠. 중간에 잠깐 나오는 지옥의 모습은 뭐랄까, 마치 3차대전 이후의 도시(유치한 표현인 거 압니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도로 한쪽에 연쇄추돌을 일으킨 듯한 자동차들은 아마 고열에 휘어버린 듯 울퉁불퉁합니다. 유황불이 계속해서 불타고 있어서인지 붉은빛 일색이고, 높게 솟은 건물들은 언제 무너져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천국의 모습은 제대로 묘사되지 않더군요. 아마도 지금의 도시를 배경으로는 묘사할 도리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매트릭스』와 비슷하다고 한 이유가 이겁니다. 현 세계와는 다른 또다른 세계, 그리고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는 꺼멋 옷을 입고 양 세계를 넘나든다.
천국과 지옥은 모종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승에는 가지 말자. 천사나 악마는 이승에 현신하지 않고 매개체를 통해서만 그 힘을 발휘하기로 한 겁니다. 간접적인 영향력만을 발휘해서 서로 얼마나 자신의 추종자를 더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거지요. 천국/지옥간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겁니다.
존 콘스탄틴은 어릴 때부터 영능력이 있었습니다. 귀신(정확히 말하자면 매개체에 붙어있는 악마)을 볼 수 있었던 거죠.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합니다. 2분간 죽어 있었다는군요. 카톨릭에서 자살은 크나큰 죄악입니다. 그래서 존 콘스탄틴은 천국에 갈 수 없게 됩니다.
잠시 죽어봤으니 지옥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야 잘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천국으로 가기 위해, 착한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계약을 어겨 균형을 무너뜨리려 하는 악마들을 퇴마하기 시작한 거지요. 허나, 그런 정도로는 천국에 갈 수 없습니다. 그는 신을 믿는 게 아니라 아는 거니까요.
이 영화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은 천사와 악마의 현신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중성적인(여성적인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모습의 천사 가브리엘, 볼살이 늘어지고 눈이 쳐진, 마약이라도 하는 듯한 미치광이 악마 루시퍼(담배회사 주주랍니다)의 모습은 참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영화 말미에 콘스탄틴이 루시퍼에게 보여주는 모종의 손놀림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어차피 반전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니(결과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테니) 스포일러라는 게 존재하긴 할까 싶기도 합니다만, 가끔은 그런 사람이 있지요. 아직 보지 않은 영화의 터럭마저도 미리 보기를 싫어하는 사람. (접니다, 저요!) 그래서 숨겨두었습니다.
덧: 2005. 2. 13.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나면 추가화면이 있다는군요. 모르고 그냥 나왔는데. 젠장.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배우 : 키아누 리브스, 레이첼 와이즈, 시아 라부프, 맥스 베이커 , 푸루이트 테일러 빈스
장르 : 액션, 환타지, 스릴러
등급 : 15세 이상
상영시간 : 120분
제작년도 : 2005년
개봉일 : 2005년 02월 08일
국가 : 미국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콘스탄틴
→공식홈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민완 수사관인 안젤라 도슨은 혼란에 빠진다. 정신병동에 수용되어 있던 쌍둥이 여동생 이사벨 도슨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것들이 보인다고 해서 정신병동을 드나들기는 했지만, 동생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고 자살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젤라는 동생이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타살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의 모든 증거는 자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업도 팽개치고 진상을 조사하던 안젤라는 어딜 가나 몇 번이고 우연히 마주......more
제목 : 서양의 퇴마사 '콘스탄틴'
동양의 우리에게나 서양의 먼나라 쪽이나 아무튼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땐 영웅이 있었고 악당이 있었다. 허나 이런 이분법적 흑백논리는 참으로 역사가 깊다. 아마 그 역사적이자 전설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마 신과 악마의 이야기일 것이다. 허나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속에서 이런 흑백 논리는 더이상 무의미한 가치관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악령을 없애고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의 존재 조차 변모해간다. 그것이 요즘 말하는 안티히어로라 불리는 것이다. '콘스탄틴'도 이런 점에서 참으로 재미 있는 ......more
winnie// 맞아요. 금연홍보용입니다. 스포일러 관련 내용으로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깜빡했군요.